볼만한 글들

종로의 장어먹는날이라는 장어구이 집에서 장어 몇머리와 발갛게 익어가는 숯불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발간 숯불을 뚫어지게 바라보다보니 그 속에는 대포집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고있는 대충 내나이정도였던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가 한 잔 마시길래 나도 한 잔 , 안주를 집어 먹길래 나도 한 점, 담배를 태우길래 나도 담배 한 개비.

그렇게 우리는 숯불을 매개하여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계산을 하고 거리로 나오니 싸늘한 가을바람이 귓등에 닿아서 으스스해지고 울적해졌다.

코트깃을 여미고 싶어졌지만 사실은 와이셔츠만 입고 있었기에 팔짱을 껴 추위를 달랜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잠시 갈팡질팡하다가 바람이 시원해서 갈지자로 걸어보기로한다.

집에가는 길, 못내 소주가 한잔이 아쉬워 편의점에 들러 팩소주를 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둥근 얼굴에 흰 얼굴을 한 귀여운 얼굴을 갖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을 풍겼다. 첨언한다면 우중충했다.

무슨일이 있느냐고 취한김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행여 안좋은 오해를 살까 두려워 그만두고 계산을 끝내고 나왔다.

빨대를 꽂아 소주를 한모금 마셨다.

맛있다. 소주는 맛있다.

술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술은 냄새도 싫다하면서 에스프레소를 원샷하는 바보들에게 술이 왜 맛있는지에 대한 강의라도 해주고 싶다.

'소주는 말이야, 엄청 싸. 한병을 먹으면 조금 어질어질 하잖아? 난 세병을 먹으면 눈 앞이 흔들흔들 거린단 말이야. 세명이면 얼마야? 편의점에서 사면 삼천원 조금 넘는 돈이야. 아주 싼거지. 삼천원으로 하룻밤 동안은 세상을 뒤엎을 수 있다구. 굉장하지 않아?

에스프레소는 뭐야? 한잔에 삼천원이 넘잖아. 너무 비싸. 비싸다는 것만으로 자격미달이야.

그리고 잘 생각해봐. 너는 어떤 여자를 처음 만났어. 그 여자가 마음에 들어. 그럼 너는 그 여자랑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어? 소주를 마시고 싶어? 소주잖아 그치? 이제 알겠어? 술은 세상을 지배하고 있어. 그건 부인할 수 없어'

라는 설득력 없는 강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흔들거리는 불빛에 의지해 밤길을 걷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고 있을 때, 팩소주에서 피-피-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소주가 동났다.

다시 큰 길가로 나가 편의점을 찾기로 했다. 같은 길을 돌아나온 것이 아니건만 어째서인지 아까와 같은 편의점에 같은 아르바이트생이 우중충한 노래를 흥얼대며 음료수를 채워넣고 있었다.

소주를 한팩 더 꺼내고 안주나 고르려 편의점 안을 두리번 거리고 있을때,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저 좀 있으면 알바 끝나는데 술한잔 하실래요? 제가 살게요"

나는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겠지하며 안주를 고르며 다시 매장안을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편의점 안에 우리 둘 밖에 없는 것을 알게되고 두리번거리는 걸 멈추고 그 아이를 쳐다봤다.

대답을 기다리다가 그 아이가 말했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꽃뱀도 아니구요, 아저씨한테 관심도 없구요, 매력도 안느껴져요. 그냥 난 혼자 술 먹기가 싫은거에요"

뭐가 부끄러운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몇살인데요? 주민등록증 줘봐요"

뻔뻔하게 물었다. 하지만 난 얼굴이 빨개지진 않았다.

미간에 주름을 깊게 만들며 아이는 카운터로 가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었다.

'1988년 9월 생이고, 이름은 정진영, 사는곳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논현동 사는 애가 왜 이시간에 가깝지도 않은 이곳 종로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까?'

계속 의심스러운 눈으로 주민등록증과 그 아이의 얼굴을 왔다갔다 하고 있을때 아이가 말했다.

"의심되면 말아요. 누가 아저씨랑 자고싶대?"

라고 말하는 아이의 얼굴은 조금전까지 내가 있었던 장어먹는날의 숯불처럼 붉었다.

"아..알겠어요 한잔해요. 언제끝나요? 기다릴까요? 어디서 기다릴까요?"

담배에 불을 붙이자마자 직장상사가 나타나 꺼버린 어정쩡한 담배 한모금처럼 어설프게 대답했다. 자괴감이 든다.

'혹시 날 바보로 봤을까? 난 그래도 꽤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데, 내가 왜 날 어떻게 볼지에 대해 걱정하는거지? 내가 지금 저 아이한테 호감을 갖고 있는건가? 아니야 누구에게나 좋은 인상을 주고싶다거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때 불만족을 느끼는 건 인간의 당연한 심리일거야. 좀 더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바보처럼 보인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 역시 난 현명하지 못하구나. 저 아이는 왜 나한테 술을 먹자고 하는거지? 내가 돈이 많아 보이나? 나는 똑똑하긴 해도 돈이 많은 사람은 아닌데, 게다가 저 아이는 강남의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데? 그럼 돈이 부족한건 아닐거야. 뭔가 낯선 사람을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은 로망을 갖고있는건가? 아 그거군. 역시 그런거였어'

바보처럼 스스로 타인의 목적을 규정하고 결론짓고 다시 그 아이의 얼굴을 쳐다봤을 때, 아이는 나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꽤 오랜시간동안-그러니까 내가 잡생각을 했던, 어느정도 흘렀을지 모를 그 시간동안-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듯 싶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입술도 붉었다.

"아저씨, 지금 잡생각하지? 막 혼자 내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지? 그러지마. 그렇게 이런 아무것도 아닌 만남에서조차 의도를 찾으려고 하지마. 고달프잖아. 그래도 아저씨가 계속 알고싶어하니까 말해줄게요. 난 술이 먹고 싶은데 먹을 사람이 없고, 아저씨는 마침 우리 편의점에 와서 혼자 팩소주를 사갔다가 다 먹었는지 또 사러 왔어. 그러니까 아저씨도 혼자 술을 먹고 있는거고 아직 양이 차지 않은거지.

그래서 나는 아저씨랑 같이 먹자고 말을 한거야. 주민등록증까지 보여주는 나의 술을 향한 강렬한 열망을 이제 그만 오해해"

그녀의 설득력 있고 정확한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굴이 빨개진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기 건너편 길로 이백미터 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에 골목이 나와, 그 골목으로 돌아서 한 삼백미터정도 걸어가다 보면 장어먹는날이라는 술집이 나와. 거기서 장어구워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금방 마무리하고 갈게.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먹자고 했으니까 내가 낼거야. 아저씨 괜히 나한테 잘보이려고 계산할 필요없어, 어린애한테 얻어먹는게 정 마음에 걸리면 아저씨가 먹은 몫은 아저씨가 내도 되. 그건 말리지 않을게"

딱부러진다.그녀의 성격은 카니에 웨스트처럼 속사포를 내뱉은 그녀는 성격도 어쩌면 그의 노래와 피부처럼 색깔이 분명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이 진정 장어 먹는 날이 맞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알겠어요. 그럼 거기서 기다릴게요. 혹시 안오고싶어지면 여기 이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문자라도 줘요"

'내가 너무 저자세로 나가는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결심에 가깝다.

그리고 다시 털레털레 왔던 길을 걸어가 장어먹는날에가 또 장어 2kg과 소주를 한병 시켰다.

소주를 혼자 두어잔 먹고 있으니 점원이 숯불을 넣어준다.

장어를 올렸다. 샤-샤- 장어가 지글지글 익는다. 연기는 환풍기로 빨려나간다. 장어의 혼이 빠져나가는구나하는 4차원이라 불리는 사람들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엄청난 엔진소리가 난다. 흡사 탱크가 달리는 것처럼 묵직한 엔진의 진동에 장어가 흔들흔들거릴 지경이다.

가게의 사람들이 일제히 그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그저 외제차겠거니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하는 말을 들으니 머스탱이라는 좃나 좋은 차라고 한다.

'요란한 차를 타는 요란한 사람이구나'는 한줄의 정의를 내리고 다시 장어를 바라보았을 때, 차에서 체구가 작은 여자가 내린다.

요란한 차와는 달리 차림새는 수수했다. 면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초록색 가디건을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얼굴은 귀여운 얼굴인데,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 저런 느낌의 여자 아이를 어딘가에서 봤던거 같은데..아!'

깨달은 순간 어딘가에서 봤던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표정은 어딘가 어두운 여자 아이가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차 죽이지? 이제 술 먹으면 대리운전기사 부를건데, 솔직히 난 매번 대리운전기사 부를 때 마다 느끼는건데, 대리기사가 나한테 돈 줘야되는거 아니야? 이렇게 죽이는 차를 대리기사들을 평생 언제 몰아보겠어. 그러니까 난 적어도 공짜로는 운전해줘야한다고 봐"

재수 없는 말을 참 안 얄밉게 하는 재주를 가졌네.

"재수 없는 말을 참 안 얄밉게 하는 재주를 가졌네"

마음속으로 한 말이 입으로 나왔다. 역시 술은 사람을 솔직하게 하는 마법의 약이다.

아이가 말한다.

"그치? 나도 내가 솔직하긴 하지만 밉상은 아니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나의 솔직한 말을 받아들이는 그녀는 자신의 솔직함의 무게와 타인의 솔직함의 무게를 굳이 비교하지 않는듯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술잔을 나에게 내밀었다. 잔에 술을 채워주고 나도 잔을 내밀었다.

그녀도 나의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자신있게, 나는 조심스럽게 건배를 하고 술잔을 비웠다.

"근데 아저씨 몇살이야?"

"서른"

"근데 아저씨 왜 갑자기 반말해?"

"그럼 너도 갑자기 존댓말 해"

"근데 아저씨 왜 갑자기 사나워졌어?"

그러게, 내가 왜 사나워졌지? 아, 나 조금 취했나보다. 술은 사람을 난폭하게 하는 단점도 갖고 있다. 안그래야지.

술버릇을 잘못 길들이면 삶이 피곤해질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겠다.

"그러게요. 내가 조금 취했나봐요. 안그래야겠다. 미안해요"

손바닥으로 가볍게 볼을 두들긴 후, 과장되게 눈을 세번정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는 나를 그 아이는 무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왜 또 존댓말해?"

그러니까, 내가 어쩌자고 또 존댓말을 했을까. 나를 줏대 없는 사람으로 보겠지? 어린애한테 반말도 못하는 꽉막히고 답답하며 가식적이기까지한 사람으로 보겠지? 아까 사납게 말했던 나를 본모습으로 생각하겠지?

"그러니까, 내가 왜그럴까요?"

그녀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않고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으로 천천히 술잔을 들어올렸다.

조심스런 목넘김은 청초했다.

그 모습은 목이 아주 긴 기린이 우물가에서 정지한듯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목을 숙여 물을 마시는 모습처럼 보였다.

술을 그처럼 달게 먹는 사람은 두번째 봤다.

나는 아버지와 환상속에서의 대작을 제외하고, 실제로 한번도 술을 마셔본적은 없지만 항상 저녁상에서 반주를 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더욱 관대하고 재밌었고, 나를 사랑해주셨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처럼 우아하진 않았지만 아버지가 마시는 술은 항상 맛있어보였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술인냥 소중하고 꿀처럼 달게 마셨다.

'오늘은 이래저래 아버지의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생각하고 있을때 그녀가 말했다.

"아빠가 죽었어요, 음주운전이었어요. 문제는 상대방도 음주운전이었고, 아버지는 자전거를 운전중이었다는게 문제일거에요"

그녀는 또다시 멋드러지게 한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빨간 얼굴에 붙어있는 붉은 입술이 열리며 말을 이어갔다.

왜 또 존댓말을 할까?

"아빠는 항상 저렇게 멋진 머스탱을 놔두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어요. 건강을 위해서였죠. 오래오래 술을 마시려면 건강해야 한다면서 굵은 땀을 흘리며 출퇴근을 했어요. 평소처럼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길에 음주과속차량에 치어서 응급실에 실려왔어요.

피를 많이 흘렸지만 아빠한테는 피냄새보다는 술냄새가 났어요. 그래서 안심했어요. 아빠는 언제나 술냄새가 났으니까요.

언제나처럼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서는 다시 일어나서 콩나물국을 끓여달라며 떼를 쓸줄 알았어요"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져서 술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런데 아빠는 다음날 새벽에 죽었어요. 내장이 거의 다 터졌대요. 우스웠어요. 술 오래 먹으려고 건강검진도 열심히 받고, 운동도 열심히 했거든요. 그렇게 관리했던 아빠의 위와 장과 간이 터져버렸어요. 그래서 뭔가 아빠가 불쌍했지만 아빠가 죽었다는 실감은 그때까지도 안났어요. 집으로 가서 아빠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냉장고 가득 있는 헛개나무 열매수와 보양음료를 내가 다 마셨어요.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면서 결국 다 마셨어요. 그렇게 다 마시고 나니, 진열장에 가득 있는 갖가지 종류의 술들이 보였어요.

그것도 마셨어요.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이틀에 하루 종일 술만 마셨어요.

그리고 자기 방에서 울고 있던 동생이 나와서 아빠가 죽은 응급실에 날 데려갔어요. 위세척을 하고 약을 먹고 수액을 맞고 겨우 정신이 들었어요. 부녀가 술때문에 입원한 셈이 됐어요. 아무튼 그리고 동생이 영안실로 날 데려갔어요. 그 때 아빠가 죽은 걸 깨달았어요"

조용히 듣고 있던 나는 그녀의 빈잔에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어째서?"

"아빠한테 더이상 술냄새가 나질 않았거든요. 그냥 소독약 냄새만 났어요. 그제서야 나는 눈물이 났어요. 낮에 먹었던 술과 물들이 모두 눈에서 나올 것 처럼 많이 울었어요. 그리고 아빤 갔어요. 끝."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건배를 하고 장어를 한점 집어 먹고 물었다.

"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거야? 왜 종로야?"

갑자기 난 반말을 하게 됐고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이건 술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발그레해진것 같았다.

"아 이거 창피한건데..종로에 술마시는 사람이 많잖아요. 술 취한 사람도 많구요. 그냥.. 아빠처럼 술을 맛있게 먹는 사람을 찾고 싶었어요"

잠시 머릿속에 내 아버지 생각이 스치고 또 물었다.

"그럼 왜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는거야?"

"아빠가 옛날에 건물을 몇개 사놨는데 그 중 하나가 아까 그 편의점이 있던 빌딩이에요. 동생이 어려서 그런지 자꾸 아빠랑 살던 집에 있기 싫어해서 지금은 그 건물에 있는 집에 살고 있어요. 편의점은 마침 사장이 가게를 접고 이사간다길래 내가 산거에요. 간단할 줄 알았는데 이것도 의외로 힘들고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오늘도 아르바이트생이 아파서 못나온다해서 제가 가게를 보고 있었던거에요"

"그럼 넌 고작 오백미터를 저 요란한 차를 타고 온거야?"

내가 갑자기 화가난 듯이 물었다.

"아빠는 비싼돈 주고 저 차를 사놓고 몇번 타지도 않았어요. 항상 술을 먹었기 때문에 운전을 못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나라도 타야겠다 싶어서 오랜만에 운전하는거에요"

왜일까? 나는 더 화가 났다.

"그럼 넌 고작 오백미터를 가려고 대리운전을 부르겠다는거야?"

"뭐 어때요! 음주운전하는거 보다 낫잖아요"

그녀도 화를 냈다. 눈물이 눈가에 조금 비쳤다.

"네 말이 맞다"

그녀의 아버지와 내 아버지를 위해 다시 건배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발간 숯불속에서 보물이라고 찾을 것 처럼 우리는 한참을 말 없이 숯불만 바라보았다. 그녀도 그 속에서 아빠를 보고 있는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버지의 생각을 했다.

"우리 아버지는 너희 아빠처럼 부자도 아니었고, 술을 오래도록 마시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지도 않았지만 술을 참 좋아했어.

정말이지 아버지가 마시는 술은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나마저도 기분이 좋아지게 했어, 잠깐만 나 담배좀 피울게. 여기 재떨이좀 주세요"

김광석의 노래처럼 멀어져가고 있다.

아버지와의 추억도 내 인생의 행복도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그저 일을하고 돈을 쓰고, 남은 돈을 모으고, 통장에 찍힌 잔고를 바라보며 쓰게 웃는 삶의 반복 뿐이었다.

어느 책에 나오는 속담중에 '아지랑이를 겨냥하다' 라는 말이 있다.

기억날 듯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를 떠올리려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기억의 파편을 계속 끼워맞추려 노력하는 것이다.

나의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아지랑이를 겨냥하는 행위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사실 행복의 정의조차 모호하지만 그래도, 행복이 뭔지 잘 모르지만 오늘 참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않을까.

담배연기가 환풍구로 빨려들어가며 나의 이런 쓸데없는 잡생각도 멎었다.

"자살했어"

그녀는 눈깜빡임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시선을 유지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열심히 경청하는 그녀의 태도에 조금은 탄복하고 말을 이어갔다.

"수면제랑 이것저것 신경적인 약을 술에 타 마시고 죽었어"

그녀가 물었다.

"왜?"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이 대답하려 노력한다.

"외로워서. 술이 외로움을 달래주진 않나봐"

그녀가 말한다.

"형제는 있어?"

"없어, 아버지가 남긴거라곤 30평 아파트 한 채와 '아들, 술이 쓰다' 는 유언같지도 않은 문자메세지 한통이야"

"그럼 아저씨는 누구한테, 무엇에 의지하고 살아요?"

모르겠다.

"모르겠어"

고맙게도 그녀는 어느 티브이의 자선모금 방송에 나오는 아프리카 기아들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눈처럼 아련한 눈으로 날 바라보진 않았다. 단지 어떠한 감정이 담겨있는지 모를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 없이 슬픈 기린의 마지막 모습인것처럼 목을 젖혀 술을 마셨다.

의지한다는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나는 무엇에 의지하여 사는걸까.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 없이 그저 숨만쉬는 이런 삶이기에 기댈곳이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그래도, 그런 한심한 인생이라도 누군가에게 기대어 위로받을 자격이 없는건 아니지않은가. 사실 그런 자격같은건 누구에게도 없는거 아닌가.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에게 기대어 살아가니?"

그녀는 말없이 상념에 빠진 듯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누구를 떠올리고 있는것일까? 역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현재 자신을 받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일까?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동생이 있긴 하지만 동생은 누군가를 받쳐줄 여유가 아직은 없는 듯 해요. 어쩌면 아저씨한테 술을 먹자고 제안한것도, 아저씨한테 아빠의 술 냄새가 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빠를 닮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었어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걸까? 나를 좋아한다는 의미인가? 그녀가 나에게 기대고 싶다는 뜻인걸까?

나는 누군가가 기대어 쉴만한 사람이 되질 못한다. 나는 이 넓은 세상에서 나혼자 숨쉴수있는 공기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사람이다. 나에게 기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내 몸에 상처를 내본 적이 있다.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다. 아버지가 남긴 문자메세지를 수천번, 수만번 읽었다.

어차피 한 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문장이니까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아들, 술이 쓰다' 이 짧디 짧은 한 문장을 가지고 무슨뜻인지 알아내려고 기를 쓰고 읽고 또 읽었다.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며칠을 허비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아버지는 약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약하디 약했고 나를 사랑하지도 않은거라고 생각했다.

삶이 고통스럽다해도 그 고통을 이겨내고 나를 위해 살아갈만큼 날 사랑하지 않은거다.

나도 책임감도 아버지 당신의 삶을 지탱해주질 못했다. 결국 술 마저도 아버질 달래주지 못했던거다.

그런 생각들이 겹치고 또 쌓이다가 나는 폭발했다. 용암과도 같은 분노가 터져나와 머릿속이 하얘졌다.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주저 앉아버렸다.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숨쉬기도 힘들어졌다.

이렇게 죽는건가 싶었다. 필사의 힘으로 주방으로가 칼을 가져와 내 손목을 그었다.

어떠한 아름다운 멜로디에 이끌려 의식이 들었을 땐 다음날 오전이었다.

내 의식을 끌어낸 아름다운 멜로디는 알람소리였고 나는 그 길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출근을 했다.

그때부터인가 나는 그저 관성에 의해 살아가는 것을 택했던거 같다.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버려왔다. 오늘의 하루를 끝내고 집에와 달력을 찢어내는 것을 보람으로 삼았다.

오늘하루만큼 살아냈고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아저씨, 괴상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 하는거에요?"

그녀가 동그란 눈을 뜨고 날 쳐다보며 말했다.

술을 또 한잔 마신다. 쓰다.

아버지의 술은 얼마나 썼을까?

그녀가 말 없이 내 잔에 술을 채워주며 건배를 제안한다.

챙-하는 유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꼐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나한테 기댈래요?"

목 아래에서 뜨거운 울컥임이 올라왔다.

눈물이 터져버릴것 같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계속 참고 싶었다. 하지만 참을 수 없이 터져나왔다.

울었다. 꺼이꺼이 울었다.

어쩌면 난 그 말이 듣고싶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어깨를 빌려줄 존재를 갖고 싶었던것 같다.

계속해서 우-우- 울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말한다.

"에이, 한심한 아저씨네. 어린애 앞에서 울고말이야. 아저씨네 집에 가서 한잔 더 해도 되요?"

눈물이 그치지 않아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담배를 꺼내 내 입에 물려주고 불을 붙여주었다.

그녀가 소리쳤다.

"여기 대리운전 하나 불러주세요!"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어딘지 비굴해보이는 표정을 한 아저씨가 왔다.

"대리부르셨어요?"

찌들어보인다. 지쳐보인다. 대리운전기사는 온갖 세상의 근심을 어깨에 받치고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나는 기사에게 묻는다.

"아저씨, 자식이 있어요?"

기사는 언짢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네, 둘 있습니다"

멋있다. 멋진 사람이다.

그는 내 아버지보다 백배는 멋진 사람이다.

"멋지세요"

대리기사는 내 말이 더 언짢았는지 무시하고 목적지를 묻고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주차되어있는 차를 보고 약간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운전석에 올라타, 룸미러와 의자 위치를 잠깐 조정하고 시동을 건다.

시동을 걸고서 그의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놀랐다. 내가 지금 말을 타고 있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네비게이션에 우리집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할 때 그녀가 말한다.

"기사님, 저 앞 편의점에 잠깐만 세워주실래요?"

그리고 그녀는 달려가 자신의 편의점에서 소주 몇병과 줄줄이 소세지 같은 것들을 잔뜩 챙겨온다.

"자~ 출발!"

그녀는 도착하여 아까전 대리기사가 자신에게 돈을 줘야한다는 말과는 달리 기사에게 요금을 주고 잔돈마저 사양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는 집에 낯선 여자와 함께 들어오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그녀는 식탁으로 가 이것저것 술상을 차린다.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과일을 깎고 접시에 예쁘게 차림한다.

어쩐지 어렸을 적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과일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 방으로 가 갈아 입을 옷을 골라오더니 샤워를 하러 들어간다.

참 대담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몇번의 이야기와 몇 병의 술을 더 마시고 몇 리터인지 모를 눈물을 더 흘렸다.

그리고 몇 번의 섹스를 했다.

서로를 어루만지고, 핥아주고 안아주고 채워주었다.

키스를 하고 얼굴을 만지고 가슴을 만지고 핥아주며 몇번의 섹스를 했다.

그녀는 내 손목의 흉터를 몇번이고 핥아주고 어루만져주었다. 위로받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잠이 깼을 땐, 늦은 토요일 오후가 되었다.

그녀는 내 옆에 없었다.

흔들리는 머리를 움켜잡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식탁위엔 조그마한 메모지와 함께 자동차 키가 놓여있었다.

'아저씨, 머스탱의 빈자리를 채워줘요'

진열장에 놓인 버리지 못했던 아버지의 담금주를 꺼내어들고 머스탱을 타고 처음으로 아버지의 분향소를 찾았다.

아버지의 사진 앞에 술을 올려 놓았다.

"달게 드세요. 아버지"

분향소를 나오는 길 석양이 붉게 물들자 그녀와 함께 먹었던 장어구이가 생각났다.

또 술 한잔이 생각나 그녀의 편의점으로 악셀러레이터를 밟는 길이다.

외로움을 달래는건 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얼굴이 빨개진다.

2012.09.16 18:38:21
1. -_-
2012.09.16 18:48:47
2. -_-
좋네요...
2012.09.16 19:30:53
3. -_-
좋네요(2)

늦게 술이깨서 동내식당서 혼자청국장먹으면서 무표정둘러보다 울컥하네요
2012.09.16 20:06:33
4. J.J
하....
좋네요(3)
2012.09.16 20:38:48
5. -_-
글도 글인데
글쓴이를 꼭 한번 만나보고싶다.
2012.09.16 21:24:21
6. -_-;
외로움을 더하면 외로움이 되고
외로움을 곱해도 외로움이 되더라

외로움을 나누어도 외로움이 되는데
외로움을 빼면 허망함만 남을꺼나...
2012.09.16 22:36:05
7. -_-
실화인가요?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네요

여름을 끝내는 비가 추륵추륵내리고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틀고
포도한송이 잘 씻어 먹으며 이 글을 읽으니까 술한잔 안 마셨지만 세상에 취하는 느낌이네요

요즘 고민이 참 많은데, 신기하게도 이 글 한편이 젖어있는 제 마음에 불을 붙이네요...

진짜 좋다...
2012.09.16 22:57:54
8. -_-
이게 실화야???
2012.09.16 23:09:18
9. -_-
머스탱이 비싼 차였구나. 몰랐네;
그냥 한국에는 드문 미국 스타일 차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비싼가보네.
아무튼 글 내용은 참 인상적이네요.
2012.09.16 23:10:53
10. -_-
2012.09.16 23:12:47
11. -_-
실화일까.
2012.09.17 00:07:31
12. -_-
소설일거야 ㅠㅠ
2012.09.17 00:07:32
13. -_-
실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순수한 사람.
픽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월한 사람.
실화든 픽션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감성적인 사람.
2012.09.17 00:07:55
14. -_-
이 질문 한 방에 소설인지 실화인지 밝혀진다.

'안에다 쌌어?'
2012.09.17 00:08:27
15. -_-
야 우리 문학싸이트인거 잊었어?


아마 이제 곧 글쓴이 나타나서
"실화맞는데 ..." 라고 말할거야


우린 형식있고 격조높은 문학싸이트


재밌네.
2012.09.17 00:36:40
16. -_-
왠지 이영도가 떠오르네요.

잘 읽었습니다.
2012.09.17 01:19:02
17. -_-
울컥하네. 나도 잘 읽었어.
2012.09.17 01:52:04
18. -_-
버놉님이, 쓴 소설이 아닐까 추측...
2012.09.17 08:40:28
19. -_-
글재밌게읽은가운데에 머스탱과빌딩을 물려받아가진 아이의 매력. 그리고 또 내가받은 머스탱의 된장끼가
맘에안듬 ㅎ
2012.09.17 08:44:59
20. -_-
18번에 한표 더하고, 종로에 장어 먹는 날 이라는 장어집이 없는듯 합니다;
2012.09.17 09:46:39
21. -_-
저도 버놉님 글같네요.
아니라면 글쓴에게 미안. 버놉님에게도 미안.
어쨌건 글이 좋네요. 추천날려요.
2012.09.17 11:02:33
22. -_-
월욜 오전.

술땡기네요.
멋지다~
2012.09.17 11:03:12
23. -_-
(추천 수: 1 / 0)
버놉님 글 아니다에 한표.
버놉님 글에 없는 된장맛이 살짝 느껴짐. 분명 버놉보다 어린 사람의 글이다에 한표.
2012.09.17 11:24:58
25. -_-24
쓰고나서 구글거리뷰를 보니 그자리에 다른 가게가 있네요. 네이버/다음에선 안나오는군요;
2012.09.17 13:26:49
26. -_-
글쓴 찾는 이 모습들......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카페의 취지가 이런게 아닐텐데요..


마찬가지로..

픽션이면 어떻고, 논픽션이면 어쩔겁니까..

무낙사이트에서..
2012.09.17 15:21:32
27. -_-
소설, 실화임을 떠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뭐 실화인지는 궁금하지만... 재미있잖아요~~ 흥미진진하고...
2012.09.17 19:03:30
28. -_-
장어먹는날에서 모이나요?
2012.09.17 22:25:03
29. -_-
이 사람들 촌시렵게 왜들 이래!ㅋㅋ
무낙이라구 무낙!!ㅋㅋ
글쓴 잘 읽었어!!!
2012.09.17 23:06:26
30. -_-
장어 정모 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네요ㅠㅠㅠ
2012.09.18 00:14:52
31. -_-
아린여자애가 취객한테 술먹자는데서 이미 소설이지 이것들아.-_-
음...왜들 이래. 이마춰같이.
2012.09.18 01:32:15
32. -_-
2012.09.18 01:35:29
33. -_-
솔직히 소설 삘이 많이 나지만
뭐랄까 글이 너무 감성적이어서 차라리 실화였으면 좋겠어
세상에 저런일도 있어야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색이 더해지는 것 같은데...

소설이든 실화든 상관 없지만
세상어느 한 구석에서 저런일이 벌어졌으면 정말 좋겠다...
조금이나마 내가 꿈꾸는 세상에 가깝게

아 영화를 너무 많이봤나...
2012.09.18 16:08:23
34. -_-
장어먹는 날에 어울리는 제목이 화룡점정일세
2012.09.18 16:42:12
35. -_-글쓴
감사합니다. 심심해서 써 본 소설입니다. 실망하셨다면 죄송! 버놉 아니구용 ㅎㅎ 훨씬 제가 어릴거에요
2012.09.18 22:44:14
36. -_-
글쓴// 조낸 멋지구나. 잘 읽었다. 본좌 인정. -_-=b
2012.09.20 21:33:03
37. -_-
문체가 소설이잖아.ㅋㅋㅋㅋ 글 잘쓰는구만.
2012.09.26 17:39:18
38. -_-
나 글쓴팬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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