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글들

화장실 낙서

♡♡♡♡♡
#어머니1
♡♡♡♡♡

===
"ㅇㅇ야(무표정이니 ㅇㅇ으로 표시). 너 7살 때 엄마에게 엄청 혼난거 기억나니?"
===

6월 경으로 기억합니다.

한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시간.
갑작스럽게 어머니에게 전화가 옵니다.

주변 분들의 전화소리와 타이핑 소리를 피해 빈 회의실로 들어갑니다.

===
"그때 말이다. 엄마가 백화점에서 조다쉬 청바지를 사줬어. 당시 세일하지도 않았던 청바지였는데,
이거 아들 입히면 얼마나 이쁠까하는 마음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
===

생각해보니 당시 저녁에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어머니가 아주 큰 미소를 띄우고 조다쉬가 선명하게 박힌 쇼핑백을 흔들고 저를 쳐다보셨어요.

===
"그 때 말이야. 도로를 재포장한다고 시꺼먼 아스팔트 기름을 군데군데 뿌린 상황이었는데, ㅇㅇ 너가 뛰다가
넘어졌단다."
===

당시 천호동 백화점에서 신상으로 산 청바지를 불과 30분도 안되어서 아예 못입게 만들었으니
얼마나 허망했었을까요. 집안 사정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 말이예요.


===
"내가 엄청 혼내고 때리고 그리고 '당장 나가!'하고 소리질렀단다. 겁에 질린 너는 울면서 집에 들어가겠다고 했었는데
들어오지 말라고 했었어. 정말 속상했거든"
===

어디 갈 곳 없었던 저는 그 당시 기억은 나지 않았어요. 어머님 말로는 집 밑에 쭈그려 앉아 울고 있었다고 해요.


===
"지금도 생각나. 그런데 정말 엄마가 잘못했단다. 그 옷을 사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또 한 참 뛰어놀던 아이가 충분히 넘어질 수 있었을텐데 정말 내 욕심이 과했나봐"
===

30년도 넘은 시절. 기억조차 희미하거나 없었던 저에게 어머니는 미안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어요.


===
"ㅇㅇ야. 미안해. 엄마가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감정이 앞었어. 정말 미안해. 정말 미안해"
===

"아니 어머니 무슨 별일도 아니고 기억도 없는데 뭐가 미안해요. 괜찮아요. 뭐 아무것도 아닌걸 가지고 전화하고 그러세요.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기억을 떠오르고 있는데 어머님이 마지막 한 마디를 하셨어요.


===
"ㅇㅇ야. 그거 용서해주렴"
===

어머님이 10년 넘게 투병하시고 올해 특히 몸이 안좋아지시면서, 조금씩 삶을 되돌아 보시면서
그게 걸리셨나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고, 계단에 가서 한 참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
#어머니2
♡♡♡♡♡

저희 어머님은 저와 형을 그렇게 키우셨어요.
30년 넘는 과거에 감정이 앞섰다고 그를 마음 아파하시고 마지막 가는 길에 그게 걸려 저에게 용서를 구하셨던...


그 날 그래서 술을 마시고 어머님께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었고, 다음 날 저에게 문자를 보내셨던 것이지요.

====
ㅇㅇ야!~~엄마한테태어나줘서..너무고마워!~~예쁘고착한..ㅁㅁ(와이프)이를자녀로맺게된것도..♥(아들)♥(둘째)와..너무귀한선물들!~~.너무너무고마워!~~엄마는ㅇㅇ와같이했던..시간들을회상할때..너무너무행복의연속이였어!~~
차로학교에데려다줄때..병무청에서만날때..회사출근할때..운전연수하며..행복했던시간들은..행복의연속이었어!~~
엄마는너희를위해40여년하느님께기도를올렸지!~~
이제는ㅇㅇ가..엄마를위해..기도..많이해주렴!~~
♥.♥데리고..유아방에서...
우리ㅇㅇ는..태어나서지금까지..너무나많은행복을..엄마에게선물했지!~~
고마워..정말..고마워!~~
=====



♡♡♡♡♡
#어머니3
♡♡♡♡♡

===
"처남 어떻게 하니. 이제 행복하게 살아야 할 나이인데 어쩌니. 어쩌니. 어쩌니"
===

10년 넘은 투병으로 불과 몸무게 31kg도 안되신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로 저를 쳐다봅니다.

"제가 열심히 살께요. 그리고 처남 와이프와 애기는 제 동생 그리고 아들이라 생각하고 평생 지켜볼꺼예요"
라고 말씀드렸지요.


(*처남이 두달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어요. 여기 화낙에 글을 올렸지요.)

===
"내가 열심히 기도할께. 그리고 나중에 처남 만나면..."
===

어머님은 그 아픈 와중에도 처남과 장모님을 생각하며 기도를 드리셨어요.



♡♡♡♡♡
#어머니4
♡♡♡♡♡

===
"ㅇㅇ야. 병원비.....ㅓㄹ터ㅏㅇ"
===

생각해보니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이네요. 의식이 온전하게 있으신 밤 11시 15분.
어머님은 아버지에게 이야기해서 저에게 전화를 하라고 합니다.

집에서 오는 밤 늦은 전화는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저는 어머님의 미안해하는 전화를 받습니다.

돈을 주지 못할 망정, 자식들의 돈을 쓰게 만든다고 얼마나 미안해하고 또 마음에 담았는지를 알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어서 거의 무슨 말인지 듣지 못했어요.

어머니에게는 아들 둘이 사회생활 얼마나 잘하는데 괜찮다고, 그리고 또 그까짓 얼마나 된다고 이런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통화를 끝냈어요.


평생 고생하시고 이제 편안하게 계셔도 좋은데 그렇게 어머님은 자식들에게 미안했나봅니다.



♡♡♡♡♡
#어머니5
♡♡♡♡♡

===
" ...... "
===

그리고 다음날. 어머님은 몸이 매우 좋지 않으셔서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병원 의사도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으니 편안하게 보내드리라고 합니다.

다만, 이동 중에 사망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가 오늘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요.

특실을 예약하고 어머님을 모시고 올라갔습니다.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가시라고 의사는 몰핀을 처방합니다.

특실에 올라가자마자 눈의 커진 어머님께
"병원비 전부 다 나왔어요. 우리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 특실 비용까지 다 나오네. 엄마 아들 정말 잘키웠어"라고 또 안심시켜드립니다.

그제서야 마음 편해보이는 얼굴을 보이신 어머니.....



♡♡♡♡♡
#어머니6
♡♡♡♡♡

===
"어머님 피검사를 했는데 너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1~2시간 후에 사망하십니다. 잘 보내드리세요"
===

특실에 온가족이 모였습니다.
형과 형수님. 그리고 제 와이프와 아버지. 전부 어머님 곁에서 손을 잡고 임종을 지켜봤습니다.


===
"어머님 아들로 태어나서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했어요. 사랑해요"
===

그렇게 어머님을 보내드렸습니다.
임종의 기회를 주신 어머님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
#어머니7
♡♡♡♡♡

어머님이 30년 넘게 다닌 성당에 마지막 장례미사를 치뤘습니다.
새벽 6시임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며 참여해주셨습니다.



♡♡♡♡♡
#어머니8
♡♡♡♡♡

어머님 장지는 파주에 있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으로 잡았습니다.
성당 지하에 봉안실이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신부님이 이곳에서 위령미사를 드리고, 또 매일 있는 미사를 어머님은 계속 받으실 수 있으세요.
이 곳이 있는 한 평생 어머님은 미사를 드릴 수 있어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모릅니다.

저희 부부랑 형 부부도 어머님 모신 자리 바로 밑에 부부단으로 같이 계약해놓으려고 합니다.
어머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거든요.


어머님을 모셔다 드린 날.
하늘의 구름 하나 없이 날씨가 정말 좋았습니다.



♡♡♡♡♡
#어머니9
♡♡♡♡♡

어머님 마지막 가는 길에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또 기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머니는 먼저 가있는 처남 데리고 천국에 가셨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처남 챙겨주시시 얼마나 고맙던지요.
처남이 싹싹하고 특히 어른들에게 잘해서 든든하고 또 고마울뿐입니다.



♡♡♡♡♡
#어머니10
♡♡♡♡♡

어머님 아들로 태어나서 얼마나 행복하고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저는 다음 생에도 어머님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수정
2014.10.28 21:15:45 (99.231.106.62)
[1]   -_-  6dd9b2
다음 생애에는 우리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수정
2014.10.28 21:29:51 (124.80.116.182)
[2]   -_-  88e77b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안히 가셨을 겁니다. 힘내요 글쓴.
수정
2014.10.28 22:14:04 (112.152.39.11)
[3]   -_-  04d09f
쉬는 날 파주 그 곳 성당에 가서 글쓴 어머님 위해 할 줄 모르는 기도 올리겠습니다.
우리의 놀이터에서 작은 아드님이, 제 어머니 자랑이 늘어지더라고 일르겠습니다.
그리고
가는 그 길 꽃도 보며 새도 보며 즐겁고 사랑스럽게 가신 어머님의 고운 인생에 입맞추고 돌아오겠습니다.
두 분의 명복을 간절히 빕니다. 기쁘게 보내드리세요.
수정
2014.10.28 22:14:51 (124.51.247.134)
[4]   -_-  748227
얼마전 엄마가 돌아가실뻔 하셔서 그런지.. 눈물 한가득 봤습니다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정
2014.10.28 22:49:53 (223.62.202.42)
[5]   ㅡ  2b534b
소설이길 바랬는데
안타깝습니다

좋은 곳 가셨을거에요
수정
2014.10.28 22:57:49 (211.111.252.14)
[6]   -_-  b18d47
글을 읽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을 이렇게 울린 글쓴이라면 분명 좋은 아들이 맞을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이런 아들을 키우신 어머님은 얼마나 훌륭하신 분일까 예상조차 가능하지 않네요. 분명 인품이 매우 좋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머님도 행복하실 겁니다. 자랑스런 아들을 두고두고 옆에서 보고 싶으셨겠지만, 이제 한층 더 자유로운 곳에서 늘 글쓴을 흐뭇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요?

글쓴과 그 가족, 그리고 ... 행복하세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정
2014.10.28 23:30:07 (155.41.20.146)
[7]   -_-  0db822
아 이런 아침부터 눈물 펑펑...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정
2014.10.28 23:47:19 (128.134.5.39)
[8]   -_-  aab1d9
아아............
수정
2014.10.29 00:33:11 (202.156.15.42)
[9]   -_-  12dfe8
너무 가슴 아프네요.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께 너무나 좋은 아들이셨고, 글쓴에게 너무 좋은 어머니였네요.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처남분도요.
수정
2014.10.29 00:39:40 (61.73.8.154)
[10]   -_-  a383ce
어머님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처남분도요. 그리고 글쓴과 가족들도 모두 건강하세요.
수정
2014.10.29 01:12:27 (210.105.5.253)
[11]   -_-  bb2680
아....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기도 할게요...
수정
2014.10.29 03:50:36 (125.180.88.36)
[12]   -_-  ace7b9
내가 왜 울지;
수정
2014.10.29 07:38:45 (220.70.145.130)
[13]   -_-  e91573
아 아침부터 눈물 나잖아요 ㅠㅠㅠ

편안히 가셨을 겁니다. 저도 기도할게요.
수정
2014.10.29 07:52:40 (110.8.198.215)
[14]   -_-  634397
어머니 감사합니다.
수정
2014.10.29 09:23:25 (202.8.191.103)
[15]   -_-  044758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정
2014.10.29 10:57:28 (203.247.149.239)
[16]   -_-  3da199
엄마한테 전화해봐야겠다..ㅠㅠ
수정
2014.10.29 13:09:40 (175.223.22.217)
[17]   -_-  e44687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보면 착한사람이 일찍가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좋은데로 잘 가셨을겁니다.


............임종을 지켜드린걸 부러워 해야하나... 예고도 없이 어느 순간부터 볼 수 없던게 참.... 그날 아니 그 후 몇일동안 참 어린시절보다 많이 울었죠... 몇년동안은 왠지 내가 살아있는게 죄인거 같기도... 그래도 삼년정도 지나니 명절하고 나에게 의미 있는 날 아니면 그럭저럭 살만해지더라구요.

사람 일은 모르는겁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시면 해주고싶어도 못해드리니. 생전에 잘해드리세요...
수정
2014.10.29 14:21:11 (128.134.150.10)
[18]   -_-  c511d7
아 눈에 뭐가 들어갔나....왜 눈물이 나지..
수정
2014.10.29 18:30:14 (112.216.29.26)
[19]   -_-  dddad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 어머니한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잘 안되네요... 맨날 짜증만 부리고...
아아아 어렵네요...

전화해야겠다 싶다가도 잘 안되니... 으흑...
수정
2014.10.29 18:30:54 (211.36.142.12)
[20]   -_-유부남  0fe18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수정
2014.11.01 17:56:26 (223.62.169.25)
[21]   -_-  fca0a6
글쓴 어머님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길..

다운 펌 하는 중인데 울컥하네요
2015.10.21 17:08:17
[1]   글쓴이  d05f78

/

번호
제목
글쓴이
147 [화낙] 부치지 못한 편지 9 알김; 4196   2015-11-23
146 [화낙] 록큰롤에게 존속살해당한 재즈 (1부, 2부 통합) 알김 4110   2014-11-03
[화낙] 저는 다음 생에도 어머님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1 알김; 3575   2014-11-03
144 [화낙] 한적한 오후의 마스터베이션 -_- 6604   2013-10-28
143 [화낙] 이직 블랙잭 - 생활복서 -_- 8181   2013-10-28
142 [화낙] 섹스를 안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거다. - 김논리 1 -_- 6245   2013-10-28
141 [화낙] 때가 됐다. - 김화가 -_- 4752   2013-10-28
140 [화낙] 외로움을 사드립니다 -_- 4338   2013-10-28
139 [화낙] 모를 일이다 -_- 4288   2013-10-28
138 [화낙] 나이를 먹었다 -_- 4100   2013-10-28
137 [화낙] 어서 와. 이런 사무실은 처음이지? - ROSEBUD -_- 5119   2013-10-28
136 [화낙] 일단은 나쁜 년으로 시작된 글 -_- 4940   2013-10-28
135 [화낙] 술 마시는 날 -_- 11197   2013-10-28
134 [화낙] 그냥 짧게 쓰는 내 이야기, 어디선가 고생하는 도예 후배한테 -_- 4349   2013-10-28
133 [화낙] 비행기가 지나간다 -_- 4309   2013-10-28
132 [화낙] 추워서 좃같지만 화이팅 -_- 4173   2013-10-28
131 [화낙] 흑인 페미니즘과 성재기 -_- 5000   2013-10-28
130 [화낙] 가장 추운 날 - 구린곰 -_- 4161   2013-10-28
129 [화낙] 내 할머니 - S -_- 4765   2012-09-16
128 [화낙] 그대가 봄 -_- 4918   2012-09-16
XE Login